통신설비 공사로 벌어 연구개발에 투자
코로나 위기 극복하고 미용기기에 집중
원텍(주)회장 김종원 박사 (상)

지난 7일 집무실에서 만난 원텍(주) 김종원 회장
지난 7일 집무실에서 만난 원텍(주) 김종원 회장

죽음이 오고 가는 전쟁터에서 미래를 고민한 19세 해병대 하사는 ‘지식이 돈’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된다. 그래서 뒤늦게 박사학위를 땄고, 회사를 차려 돈이 모이면 새로운 분야의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돈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연구개발 과제를 계속 파고 들자 직원들은 그에게 “또 개발하자고 타령한다"면서 ‘김개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해병대 하사가 박사학위를 따고 ‘김개발’로 변신해서 마침내 대덕밸리에서 몇 안 되는 시가 총액 1조원 회사를 만들었다.

미용기기 및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원텍(주)이다. 원텍의 시가 총액은 8월 16일 현재 1조1,868억을 기록했다.

대덕밸리의 상장회사 중 주가 총액 1조 원을 넘는 유니콘 회사는 바이오니아 등이 있다.

원텍의 경우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은 미용기기 및 의료기기 전문 제조회사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6월 30일 상장된 지 불과 14개월 만인 최근 유니콘으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대표인 김종원 박사(71)는 월남전 참전 용사이다.  남쪽 나라 전쟁터에서 19세의 김종원 하사는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난 8월 7일 원텍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원 회장은 “그때 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식이 중요하고, 지식이 돈이 될 것이라는 그 신념은 5년6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학원 강사로 뛰면서도 27세의 늦은 나이에 영남대학교에 편입해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유선설비기사 1급 자격증을 가진 김종원 박사는 마침 불어닥친 디지털 설비 전환시기에 통신사업으로 재미를 보게 된다. 지하에 통신케이블을 설치하고, 시외전화와 시내전화를 통합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공급했다.

전국통신망을 자동화하는 거대한 국가사업의 방향을 타고 많은 통신설비 회사들이 돈을 만지던 시절이었다.

원텍의 제품 조립 공장
원텍의 제품 조립 공장

교수만 꿈꿨던 그에게 사업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돈이 눈에 보였고 바로 현금이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통신 설비 공사로 돈을 벌었지만 김 박사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돈이 생기는 대로 새로운 분야의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연구원과 회의를 하고 나면 ‘이것도 개발하고 저것도 개발하자’고 앞장서서 몰아쳤다. 당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대략 20% 달했고, 매출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5.99%에 이른다.

지식의 효용성에 눈을 끈 그는 미용 및 의료기가 사업에 몰두하기 위해 1999년 원텍(Wontech)을 설립했다. 원텍은 Wonders of Technology (놀라운 기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목표가 너무 높았다. 연구인력을 뽑아서 암치료 기기 개발에 집중했을때 사람들은 다 반대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가 되면서 직원을 줄여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200명 수준이던 직원은 140명까지 줄었다가 다시 220명 선을 회복했다. 이 때 야속한 금융기관은 대출회수로 목을 졸라댔다.

김종원 박사는 그래서 2년 전부터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기 7개를 골라 G7을 만들었다. 50여 개 중 이것부터 성공시키자고 다짐했다.

매출을 이끄는 피부미용 기기 올리지오(Oligio)는 에너지 비침습으로 피부를 탱탱하게 리프팅 해 준다. 아주 고운 바늘 더미를 피부에 살짝 찔러 넣고 고주파를 발생시켜 피부 표면 밑에 있는 지방을 녹여주는 것이다. 구겨진 옷에 물을 뿌려 다리미로 다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서 통증이 현저하게 적고, 효과는 뛰어나다. 김 박사는 이 고주파가 타사 제품 보다 통증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자기 피부를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미용기기로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200억이던 것이 300억을 거쳐 500억을 찍더니 지난해에 800억 규모로 늘었다. 올 상반기 매출액 590억 원에서 미용기기 매출액이 563억원으로 95.5%를 차지한다. 올 연말까지 매출액은 1,200억 원에서 1,4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2022년 6월 원텍이 상장했을 때 2000억원 규모이던 주가는 1년이 조금 지난 금년 8월 5배로 뛰어 시가 총액 1조 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에서 원텍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영업이익이 45%가 넘고 순이익률이 30~40%에 이르기 때문이다.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는 미용기기 올리지오.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는 미용기기 올리지오.

원텍은 상장하기 전에 직원들에게 스탁옵션을 나눠줬다. 오래 근무한 직원의 경우 10억 원 정도 가치를 확보했다.

김종원 박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보통신신문’ 대표이사로도 활동했다. 정보통신공사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이 모인 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주간 및 인터넷 신문이다. 김 회장은 이 신문의 경영부문을 크게 개선시키는데 공헌했다.

김 회장은 “몇 번 칼럼을 써 봤는데 너무 힘들더라, 글쓰는 고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신문은 매주 15,000부를 인쇄했으며 인터넷으로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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