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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初(태초)에......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지니지도 않은 채 누군가가 걸었던 대지가 길이 되었다. 이곳이 길이라는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저 걷기 편한 곳을 따라 사람들이 걷고 또 지나며 길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길의 의미는 ‘길게 뻗어 있고 불편함이 없이 쉽게 갈 수 있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런 길을 ‘吉(길)하다’고 했다. 길이 마냥 평탄한 것은 아니어서 凵(입벌릴 감) 모양의 함정에 알 수 없는 위험(乂, 벨예)이 도사리고 있어 넘어지거나 빠지는 것을 ‘凶(흉)’이라는 말로 표현했다.吉은 士(선비 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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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4.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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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뜻을 지닌 師(사)라는 글자가 있다.갑골문은 㠯(써이, 도지개이) 모양으로 그려졌는데 중국 서적에는 ‘작은 언덕 퇴’라고 하고 군대가 주로 작은 언덕에 주둔하므로 軍隊(군대)의 의미가 되었다고 풀었다. 갑골문은 상형으로만 남아 있어 학자들마다 그 주장이 다르기는 하지만 유사 자형들에 대한 설명까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㠯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글자에는 官(관청 관), 追(뒤따를 추), 遣(보낼 견), 帥(장수 수) 등이 있다. 㠯를 작은 언덕이라고 하면 이 글자들의 해석이 어려워진다.師團(사단)은 ‘스승의 모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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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4.0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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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떠나 불자(佛者)의 길에 들어서면 이판승과 사판승 가운데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이판(理判)은 도를 닦고 이치를 판단하는 스님으로 공부승(工夫僧)이라고도 한다. 사판(事判)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스님, 산림승(山林僧-살림승)이다.절을 유지하기 위한 절묘(絶妙)한 역할분담이 아닐 수 없다. 이판이 없으면 불법(佛法)의 이치나 가르침이 이어질 수 없고 사판이 없으면 승려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이판사판(理判事判)!이렇게 이판승과 사판승은 붓다, 깨우친 사람이 될 것을 가르치지만 이를 결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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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3.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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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을 西洋曆(서양력)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양력은 太陽曆(태양력)이고 음력은 달의 움직임으로 날짜를 세는 太陰曆(태음력)이다. 설날과 추석은 태음력 즉 음력이다. 우리민족이 농사력으로 써 온 24절기는 태양력을 기준하여 매월 2개씩(15일 간격)의 절기로 맞아 떨어진다.음력과 양력은 왜 복잡하게 어긋나는 것일까?1년은 12달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이 1년이고 달이 지구를 열두 번 도는 것이 또한 1년이다. 하지만 1년은 365,24일이고 달이 지구를 도는 12개월은 354.53일로 서로 11일이 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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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2.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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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님의 소설, 상도(商道)최인호님의 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내가 그 글 속에 있는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 조선왕조실록의 임상옥에 대한 기록은 네 줄에 불과한데, 그것을 商道(상도)라는 다섯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재주는 어디에서 오는지... 소설이라지만 그 시대의 상황, 역사, 주변인물에 대하여 폭넓게 알지 못하고는 써낼 수 없는 이야기이다.그 분의 소설 '商道'에 특이한 술잔이 나온다. MBC 드라마 '상도'에서도 언급된 '계영배(戒盈杯)'라는 인생술잔이다. 어디에서 찾아낸 기록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시대의 名人(명인) '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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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1.2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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愼氏(신씨)와 결혼한 晉城大君(진성대군)의 탁월한 선택은 정현왕후(진성대군의 모후)의 생각이었다. 진성대군과 이복형인 왕 연산군과 나쁜 사이는 아니었으나 연산군의 젊은 혈기가 염려되어 ‘동생이면서 조카사위’라는 끈이 필요했을 법하다. 연산군의 폭정은 예견된 것이었다. ‘폐비의 아들’로 할머니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受侮(수모)도 그러려니와 젊은 왕과 노회한 신하들과의 갈등은 ‘王權(왕권)이냐 臣權(신권)이냐’의 정치적 승부도 필요할 터였다. 비명에 간 어머니의 恨(한)은 어쩌면 그들을 눌러 이겨야 할 젊은 왕의 명분에 불과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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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1.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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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드라마 '大長今(대장금)'에 중종임금의 反正(반정)얘기가 나온다. 연산군이 쫓겨나는 과정에서 반정의 주모자인 박원종이 술을 보내 진성대군(중종)에게 역모의 암시를 한다는 내용이다.今天旣死(금천기사) - 지금의 하늘은 이미 죽었으니顯天當爲(현천당위) - 마땅히 새 하늘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작가는 황건적이 썼던 문구를 살짝 바꿔서 쓴 것으로 드라마에서 표현했다.蒼天旣死 黄天當爲 창천기사 황천당위푸른 하늘이 이미 죽었으니 '黃巾(황건)'이 마땅히 새 하늘이 될 것이다.사실 '實錄(실록)'에서는 진성대군이 그렇게 의연하게 반정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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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1.01.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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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소리에는 음가(音價)라는 것이 있다. '하-'라는 소리는 아주 크거나 점점 더 커진다는 음가를 가진다.河 큰물 하 - 점점 더 넓고 많아지는 느낌.夏 여름 하, 클 하 - 만물이 뻗어가 점점 더 커진다는 의미.하늘 - 한울타리, 한없이 넓고 커다란 공간.河(하)가 평원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것이라면 江(강)은 중국 대륙을 관통하듯 '세차게 뚫고' 흐른다.契字(글자)로 보는 江(강)江은 工(공)에 물(氵)이 더해진 자이다. 갑골문의 工(공)은 땅을 다지는 달구이다. 벽돌을 만들기 위한 틀이나 쇠를 다듬는 모루도 工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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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2.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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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큰물 하)는 黃河(황하)를 말하며 可(옳을 가)에 물(水)이 더해진 契字(글자)이다.可 옳을 가‘가능(可能)하다, 옳다’의 의미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글자이지만 어떻게 '옳다'는 뜻이 되어졌는지의 설명은 찾기가 어렵다. 그저 이렇게 그려놓고 '앞으로 이 기호를 로 쓰자!' 그랬을까? 중국에서 발행된 해설서는 '柯(가지가)의 본래자로 소리를 나타낸다'라고 되어 있다. 입 모양과 괭이 한 자루를 그려놓고 '말로써 허가나 긍정을 나타낸다'고 했는데... 저 그림이 맞는 것이라면 괭이를 들고 협박하는 것, 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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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2.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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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을 추(醜)하다고만 하는 것은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을 지지하는 것일까? 성(性)을 글자로 풀어보면 '태어날 때(生)의 마음(心)'이다. 성욕(性慾)은 사람이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욕구(慾求)이고, 성행위(性行爲)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이다. 이러한 성(性)을 조화롭게 다스리는(理) 것이 이성(理性)이고 이성을 잃고 실성(失性)하면 중대한 범죄(犯罪)가 된다.사회 규범은 '채털리 부인'은 물론이고, '부인(婦人)'이라는 용어조차도 입에 담는 것을 꺼려하고 불결하게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욱 엄격한 성의식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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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2.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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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의 전설이 된 강태공(姜太公)강태공이 상(商)나라 폭군 주(紂)왕을 피하여 은둔생활을 하면서 바늘없는 낚싯대로 낚고자 했던 것은 '세월(歲月)'이라고 한다. 강태공이 낚았는지 낚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분은 일흔살이 다 되어서야 주 문왕(周 文王)의 손을 잡고 강을 떠나간다. 그리고 문왕(文王)과 그 아들인 무왕(武王)을 도와 상(商)의 마지막 주왕(紂王)을 죽여 상(商)을 멸망시키고 주(周)를 천자국(天子國)으로 세운 것이다.강태공의 원래 이름은 여상(呂尙) 또는 강상(姜尙)이다. 주(周)나라의 시조인 주태공(周太公-고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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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2.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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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모든 세기(世紀)노스트라다무스에 관한 책을 처음 읽은 것이 90년대 초 쯤으로 기억 됩니다. 일본사람 '고도밴'이 쓴 '모든 세기' 해설이었는데 그저 흥미롭게 읽기 시작하여【그럴 듯하게 잘도 꿰어 맞추네~ / 에이~ 설마!! / 진짜 그런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로 끝맺었습니다. 그 후로 걸프전이나 911테러 등 예언(豫言)이 이슈가 될 때마다 그 기묘함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도밴’의 표현에 의하면 노스트라다무스의 직업은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앙리2세의 주치의로써 그 당시 유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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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1.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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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에게 새는 하늘과 나를 이어주는 전령이었다. 하늘의 조화를 중요시했던 옛 사람들은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특별한 존재로 여겼고 계절을 따라 오가는 철새가 하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日)의 갑골문에도 새가 커다란 點(점)으로 그려져 있어 우리 민족은 그것을 三足烏(삼족오)라고 하여 신성시하였다. ‘새’가 하늘과 땅 ‘사이’를 날 수 있어서 새라고 하는 분도 있다.새의 종류를 말해주는 鳥(새 조)契字(글자)로 보면 ‘새’는 긴 날개를 가진 鳥(새 조)와 隹(꽁지 짧은 새 추)의 두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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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1.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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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배)라는 글자는 성씨로만 쓴다.소전체에 처음 나오는데 衣(옷 의)와 非(아닐 비)가 더해진 자로 '옷이 아니다'이니 裵氏(배씨)는 옷이 아닌 것을 입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옷을 입는 분들이다.옷이 아닌 것, 보통 사람들이 입는 평범한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이버 사전에 '옷 치렁치렁할 배'라고 하는데 어떤 제례를 주관하며 입던 특별한 옷, 치렁치렁하게 늘여진 옷을 말한다.배씨의 始祖(시조) 지타(衹它)께서는 천년신라의 기초를 다지신 분 중 하나이다. 신라를 일으킨 6촌장 중 소벌도리(崔氏)께서 교육을 담당하셨다면 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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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1.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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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우리말로 '벗'이라고 하는 親舊(친구)는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로 중국에서는 朋友(붕우, 펑요우)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友達(우달, 도모다찌)라고 한다.부모에 버금가는 벗, 親舊(친구)親의 원래 뜻은 '어버이'이다. 금문을 보면 나무(木)에 정해진 표시(辛)를 해 두고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있다. 그 나무를 돌아가신 어버이의 神木(신목)으로 정해 두고(辛) 찾아가 늘 뵙는다(見)는 것으로 어버이나 그에 버금가는 사이를 의미한다.舊(오랠 구)의 갑골문은 짙은 눈썹을 그린 수리부엉이가 둥지에 앉은 모습이다. 隹(꽁지짧은 새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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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1.0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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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姓氏)의 시작이 된 씨족(氏族)성씨는 집안의 내력이었다. 지금은 본관(本貫)에 몇 대 손까지 얘기해도 그 사람의 뿌리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옛날에는 '최씨(崔氏)!'라고만 해도 '아! 건너마을 최진사네 가족이구나' 했다. 이렇게 성씨는 김씨, 이씨, 구씨 하는 이름의 구성 요소로도 중요했지만 같은 성씨들을 하나로 묶어 씨족(氏族)이 된다.글자 족(族)은 㫃(깃발나부낄 언)에 矢(화살 시)가 더해져 전쟁 등으로 위급해 졌을 때 '무기(矢)를 들고 한 깃발 아래(㫃)에서 모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냥 모이기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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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0.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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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정)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鄭나라는 강대국인 제(齊), 진(秦), 초(楚), 진(晉)나라가 동서남북으로 둘러싸고 있어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주변 나라들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보며 처신할 수밖에 없는 弱小國(약소국) 정(鄭)은 신의없는 나라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이런 鄭나라에 자산(子産)이 재상이 되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자산이 구사한 균형외교의 근본은 신중(愼重)함이었고 이러한 정(鄭)나라의 신중함은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정중(鄭重)함이 되었습니다.정(鄭)은 원래 '술 만드는 고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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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0.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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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아이가 태어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이름을 짓습니다. 이름을 뜻하는 글자 명(名)은 석(夕, 저녁석)과 구(口, 입구)가 합해진자로 설문해자에서는 '명불상견(冥不相見) 어두워 상대방을 볼 수 없으니, 이구자명(故以口自名) 그러므로 소리로 찾는 것이 이름이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이름 앞에는 반드시 혈족의 선언인 성(姓)이 붙게 됩니다. 어느 여자(女)에게서 났는지(生)를 말해주는 성(姓)은 모계사회에서 썼으며, 부계사회로 넘어오면서 씨앗의 씨(氏)로 표현되었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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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성 기자
2020.10.06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