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대학 최순원 교수 ‘미래를 여는 진짜 교육’ 강연
‘부모와의 친밀한 대화’가 가정교육의 핵심
초등학생 시절 '지루함'이 창의력 키워

최순원 박사
최순원 박사

30대 중반에 미국 MIT대학 양자정보과학 조교수로 활동하는 최순원 박사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핵심으로 무엇을 꼽을까?

사단법인 이어짐이 ‘미래를 여는 진짜 교육’이라는 주제로 5일 세종 아름동 복컴센터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최순원 박사는 ‘지루함, 좌절 이후, 액티브 리딩’ 등 7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7가지 핵심 키워드의 맨 가운데, 4번째 자리에는 대전과학고 시절에 겪은 ‘좌절과 극복’이 놓여있다.

그때까지 그는 승승장구했다. ‘서울과학고나 민사고 학생이나 나가지 대전과학고에서 어떻게 올림피아드에 나가느냐’고 했다.

그 말에 승부욕이 불타 올라 최순원은 ‘인생에서 가장 집중하던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 올림피아드에서 1등하고, 국제올림피아드에서도 입상하고 조기졸업했다. 미국 일류대학 입학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그는 모두 떨어졌다. 미국 유학갈 것으로 생각하고, 휴직하면서 미국 갈 준비를 한 부모님과 가족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명예와 대전과학고 및 후배들의 사기를 살려야했다. 항상 승승장구 한다면, 그의 경험담이 과연 대전과학고 후배들에게 얼마나 실감나게 전달될까?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그는 선생님을 설득해서 후배들 앞에 서서 선포했다.

“내가 선배로서 여러분들한테 약속을 하나 할게요. 내년 이맘 때 다시 이 자리에 서겠습니다. 좌절을 겪은 선배가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줄게요.”

후배 앞에서 약속하고 무대를 걸어갈 때의 심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진짜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물속을 걷는 것처럼 누가 다리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서울에서 태어나고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최 박사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수석졸업에, 하바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버클리 대학 연구원을 거쳐 MIT대학 조교수로 부임했다.

그가 쓴 논문 ‘시간결정’이 2017년에 네이처 저널의 표지를 장식했고, 올해에도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각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인용횟수도 1만회를 넘어섰다.

연구분야 및 게[재논문 숫자
연구분야 및 게[재논문 숫자

그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7개 키워드로 설명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지루함’이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주는 차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시간의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저절로 상상하는 습관이 창의력을 길렀다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액티브 리딩(Active Reading)’이다. 중학생 시절 경진대회에서 상을 타자 여성잡지에서 어떻게 자녀를 교육하는지 취재하러 왔다. 어머니는 ‘학교수업에 집중하고 교과서만 봤다’는 모법 답안을 내놓았다. 잡지사 기자는 비결을 감추고 뻔한 대답을 내놓는다고 실망했다.

그러나 최 박사는 교과서를 씹어먹을 듯이 집중해서 읽는 ‘액티브 리딩’이 비결이었다고 설명한다. 액티브 리딩은 토씨 하나에도 신경쓰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읽는 것을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딴 생각하는 읽는척하기를 배척하는 것이다.

최 박사는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교과서만 봤어요’라는 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본인이 해야 하고,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동기부여’이다. 대전과학고 시절,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려고 할 때 ‘서울과학고나 민사고 학생이나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체념적인 발언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대전과학고 입학하면 ‘노트북을 사 주겠다’는 사소한 인센티브도 동기부여를 자극했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가 다섯 번째 키워드이다. 미국 대학 입학의 걸림돌이었던 SAT 성적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1년 동안 노력했지만, 1점도 오르지 않았다.

한국 대학생과 미국 대학생의 가장 큰 차이로 최 박사는 “미국 학생은 다양한 회사와 기관을 돌면서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더 많이 고민하는 것’을 꼽았다. 여섯째 키워드는 그래서 ‘진로 및 적성에 대한 탐색과 고민’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시간과 여유’이다.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가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니, 때로 멈춰서 지루하게 생각에 몰두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정교육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는 “부모님은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고 답했다.

정답은 모르겠다는 그도 ‘부모님과의 친밀하고 깊숙한 대화의 중요성은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매주말 2,3시간씩 부모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웠다. 그리고  자녀의 장단점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앞길을 응원했고 한다.

강연을 마친 최 박사는 서둘러 짐을 챙겨서 대전과학고로 떠났다.

졸업 후 3번째로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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